고난주간 성금요일 생명의 삶 묵상

마가복음 15장 25~39절

오전 9시,
어느덧 해가 환하게 온 세상을 비추기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그 아침에…
지난 밤 진행되었던 역사상 가장 어두운 음모대로, 한 사람이 자기가 죽을 십자가를 지고 언덕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는 큰 이변(異變) 없이 자신이 지고 온 십자가에 못 박힙니다.

혹, 누군가는 그가 이렇게 허망하게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끝까지 지켜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분명,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많은 사람들을 먹였고, 병자들도 고쳤고, 죽은 사람도 살렸었거든요.
그는 분명, 모든 사람들 앞에서 하나님의 아들의 ‘능력(能力)’을 보여줬던 사람이거든요.

오죽하면, 유대인의 지도자 중 한 사람도 이렇게 고백했었잖아요.

요3:1
그런데 바리새인 중에 니고데모라 하는 사람이 있으니 유대인의 지도자라
요3:2
그가 밤에 예수께 와서 이르되 랍비여 우리가 당신은 하나님께로부터 오신 선생인 줄 아나이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아니하시면 당신이 행하시는 이 표적을 아무도 할 수 없음이니이다

그런데, 이변(異變)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죽는 순간에, 그의 모든 능력(能力)이 사라졌던 것일까…
마치, 머리카락이 잘린 삼손이 그의 괴력(怪力)을 상실했던 것처럼, 예수도 뭔가 잘못되어, 그의 모든 신적능력을 상실하게 된 것이었던가…

그 때, 그 자리에서…
허망하게 못 박혀 있는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① 지나가는 자들

막15:29~30
지나가는 자들은 자기 머리를 흔들며 예수를 모욕하여 이르되 아하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다는 자여 네가 너를 구원하여 십자가에서 내려오라 하고

그들은 ‘처형 구경꾼’에 불과했습니다.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남이 안되는 것을 구경하길 즐겨합니다.
그리고, 구경하며 마음껏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고 평가를 내리기를 잘합니다.
‘처형 구경꾼’이었던 그들은, 예수님이 과거에 하셨던 말씀으로 그를 비방합니다.
그리고 ‘아하!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다는 자여! 너를 구원해보라!’ 라고 외칩니다!

② 대제사장과 서기관들

막15:31
그와 같이 대제사장들도 서기관들과 함께 희롱하며 서로 말하되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

이들은 ‘살인 음모’를 세우고 실행했던 ‘살인자 일당들’입니다.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고, 자신들의 가르침을 수호하기 위해 그들은 예수님을 과감히 죽음의 자리로 이끌었습니다.
그들은 어쩌면, 지금 이시간 가장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넌 남은 구원하고, 자기는 구원 못하네?’

③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

막15:32
이스라엘의 왕 그리스도가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우리가 보고 믿게 할지어다 하며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자들도 예수를 욕하더라

이는 십자가에 죽어 마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입니다.
그는 심각한 착각에 빠집니다.
‘같은 자리’에 있다고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비웃고 욕할 힘은 남아 있었는지 모르지만,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자신의 옆에 있는 예수를 욕했다는 것은 기가 막힌 일입니다.
그도 말합니다.
‘십자가에서 내려가라! 그걸 우리가 보고 우리가 믿게 하라!’

그런데…
그들의 비웃음과 모욕과 희롱을 무색하게 할 이변(異變)은 여전히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십자가에서 내려가면!
모든 것이 증명될 수 있고!
모든 자들이 놀라서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을텐데!
그러한 이변은 여전히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
왜?
왜…

그 이유는 참 아이러니하게도, 방금 예수님을 욕한 사람들이 전부 말했습니다.
✓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다는 자여!’
✓ ‘그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
✓ ‘십자가에서 내려와 우리가 보고 믿게 할지어다!’

예수님은,
자기를 구원코자 이 땅에 오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구원코자 이 땅에 오셨습니다.
이것이 그 분이 이 땅에 오신 이유였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내려갈 것입니다.
단, 완전히 죽고, 부활하셔서, 우리 앞에 나타나실 겁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도 내려올 수 있는 힘을 믿게 하시는 분이 아니라,
죽었지만, 사흘에 다시 살아날 부활의 영광과 그 소망을 믿게하시는 분입니다.

주님의 몸은 십자가 위에서 죽으시지만, 3일 후에 부활의 영광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자기를 희생함으로써 세상을 구원하는 일을 완성하실 겁니다.
온 세상이 그를 보고, 그를 믿게 될 것이며,
이것은 세상을 구원하는 길을 여신 것이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그가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 기대했던 능력(能力)을 보이지 않으셨던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살지 못해 죽으신 것이 아닙니다.
힘이 없어 끌려다니신 것이 아닙니다.
못해서 안하신 것이 아닙니다.

바로, 이 자리를 위하여…
하늘에서 오셨고,
마리아 뱃 속에 계셨고,
이 땅에서의 삶이 있었기에…
주님은,
그렇게,
자신의 길을
걸었던 것 뿐입니다.

나와 당신을 생각하며…

그 날 12시가 되었을 때…
온 땅에 어둠이 가득했고,
예수님은 오후3시경 큰 소리를 지르시고,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나지막히…
저 쪽에서 한 이방인은 고백합니다.

막15:39
예수를 향하여 섰던 백부장이 그렇게 숨지심을 보고 이르되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

결국, 주님의 죽음은,
우리로 하여금 이 고백을 하며,
우리를 구원에 이르게 했습니다.

2018-04-13T21:00:32+00:00